개인적으로 무협지/판타지의 핵심은 무엇보다 소재라고 생각한다. 그 다음으로 중요한건 그 소재를 어떻게 잘 전개해 나가는 스토리텔링, 마지막으로 가장 덜 중요한건 필력이라고 생각한다.

만약 한 작품에서 이야기 전체의 흐름이 정해져 있고 캐릭터가 명확하며 그 속에서 각각의 챕터가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보자. 그렇다면 그 단계에서 그 작품이 재미있는지 아닌지 여부가 이미 명확히 갈린다고 믿는다. 묘사나 글을 전개하는 방식은 읽는데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전혀 중요하지 않다.

15년간 판타지 무협을 읽으며 역사책같아서 못 읽겠다고 느꼈던 한두 작품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필력이 달려서 못 읽겠다고 느낀 적이 없다. 물론, 누군가에게는 묘사와 기술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. 자기가 설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작품들에 대한 실망을 가질 수도 있다. 그럴지언정 판타지/무협이라는 특이한 설정 자체를 원하는 사람의 피 속에서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망이 아름다운 필체에 대한 그것보다 강할 것이라고 믿는다.
Posted by 히조
,